[사진] '농약 염전'서 생산한 천일염<세계일보>
◆해남군 A염전(취재진이 방문한 염전을 알파벳순으로 표현) ◆해남군 B염전(취재진이 방문한 염전을 알파벳순으로 표현)
염둑 등 곳곳에 제초제인 ‘그라목손’과 살충제인 ‘지오릭스’ 등 쓰다남은 농약과 빈병이 방치돼 있다.
증발지와 염둑에 함초가 검게 말라 죽어 있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에는 물고기 수천마리가 폐사해 있다. 창고 안에는 제초제인 ‘그라목손’ 2박스가 발견됐다.
농약을 살포한 염전과 그렇지 않은 염전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제1 증발지’로 서로 같은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농약을 치지 않은 염전은 보리밭처럼 함초가 초록 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농약을 친 염전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채 검붉은 염전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염둑 곳곳에 제초제인 ‘풀방패’와 살충제 ‘충모리’, 살균제 ‘에스엠 가멘다’ 봉투가 발견됐다. 염둑 주변에 함초가 말라 죽어있고 증발지 곳곳에 바닷 게가 배를 뒤집은 채 죽어 있다.
염둑과 증발지에 함초가 검게 말라 죽어있다. 염전 창고 앞에는 등에지는 농약 분무기가, 창고 안에는 제초제인 ‘듀스’와 살균제 ‘리도밀동골드’ 박스가 쌓여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제초제인 ‘그라목손’과 유엔이 사용금지를 권고한 살충제 ‘지오릭스’ 플라스틱병이 보였다. 30분가량 염전을 돌아다녔는데 농약병 7개가 발견됐다. 일부 병에는 쓰다 남은 농약이 담겨 있었다. 이런 농약들은 쌀이나 과수 농가에서도 사용을 점차 줄여가는 추세다.
이튿날 오전 8시 해남읍에서 차로 1시간쯤 달려 찾은 B염전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염둑과 증발지 주변에서 살아 있는 함초와 잡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400m 반경 내에서 ‘지오릭스’를 비롯한 농약병 4개를 찾아냈다. 염둑을 경계로 B염전과 다른 염전의 색깔은 확연하게 달랐다. 이웃한 염전에는 함초가 자라 봄철 보리밭처럼 초록 물결을 이루고 있었으나 B염전은 검붉은 색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염부는 “염전 주인이 농약을 치지 말라고 해서 올해는 안 쳤지만 내년에는 칠 계획”이라면서 “농약을 치지 않으니 함초가 너무 많이 자라 소금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푸념했다.
B염전에서 차로 1시간40분가량 떨어진 C염전의 함초도 검붉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수로에는 물고기 수천 마리가 죽은 채 둥둥 떠 있었다.
농약을 뿌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팔딱팔딱 안간힘을 다해 마지막 숨을 쉬는 물고기들도 보였다. 이 염전에서는 농약병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창고에 ‘그라목손’ 두 상자가 쌓여 있었다. 농약을 등에 지고 뿌리는 농약분무기도 확인했다.
우리나라 최대 염전지인 전남 신안군은 물론이고 전남 영광군에서도 농약병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28일 오전 8시 해남군에서 120㎞쯤 떨어진 신안군 D염전을 찾았다. 염둑을 걷자 ‘어김없이’ 농약병이 눈에 띄었고, 조금 더 가자 제초제인 ‘풀방패’ 비닐봉지가 보였다. 둑 하나 사이로 극명한 대조 지난달 27일 찾은 전남 해남군 한 염전에서 초록빛 함초가 자라는 증발지와 그러지 않는 증발지의 색깔이 뚜렷이 대비되고 있다. 증발지가 맨바닥인 건 함초를 베어 냈거나 제초제로 말려 죽였다는 뜻인데, 함초를 베어 내려면 적잖은 일손이 필요하고 소금 생산 일정이 늦춰진다.
염둑 주변에 작은 게 한 마리가 죽은 채 누워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살충제인 ‘충모리’, 살균제인 ‘에스엠가멘다’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염전 바닥에는 게가 서식하는 반구 모양의 구멍 수백개가 보였는데 과연 몇 개에나 게가 실제로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
한 주민은 “주로 함초를 없애려고 농약을 치지만, 게가 구멍을 파서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도 살충제 같은 걸 친다”고 귀띔했다. 이 주민은 “예전에 염전 주변에 게와 물고기, 소라, 조개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신안군 E염전에서도 함초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증발지에서는 농약병 한 개가 발견됐다. 한 창고 앞에는 등에 지는 농약분무기가 놓여 있었고, 제초제인 ‘듀스’와 ‘리도밀동골드’가 상자째 보였다. 다른 창고 뒤편에서 ‘○○고압분무기’ 상자가 발견돼 농약을 살포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나뒹구는 농약병 전남 해남의 한 염전 둑에 플라스틱 농약병이 처박혀 있다.
E염전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F염전에서도 함초가 초록색을 잃은 채 바삭바삭 말라가고 있었다.
다시 차를 2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영광군 G염전에서는 플라스틱 농약병을 염둑에 박아 놓고 있었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거나 게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이 염전에서는 농약고압분무기 호스와 노즐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가까운 H염전에도 함초는 보이지 않았고 염전 바닥은 검붉은 색이었다.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