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원 뻥튀기 후 8만원 보조금 ‘소비자 기만’…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실태·업계 반응
국민일보입력2012.03.15 18:56수정2012.03.15 21:51
국내 휴대전화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왜 할인을 받았는데도 이렇게 비쌀까'라는 의문을 한번쯤 해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대한 답변을 15일 내놨다. 바로 국내 유수의 통신사와 제조업체들이 짜고 가격 부풀리기를 하면서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출고가를 부풀렸고 또 하나는 제조업체들이 통신사와 대리점에 제공하는 공급가를 띄웠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적당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할인을 받았다'는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공정위가 예로 든 삼성전자 갤럭시S의 사례를 보자. SK텔레콤을 통해 유통된 갤럭시S는 공급가격이 63만9000원이고 출고가격은 94만9000원으로 가격차는 31만원이다. SKT는 31만원 중 대리점 장려금과 일부 마진을 뺀 7만8000원을 소비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결국 소비자 평균 구입가격(출고가-보조금 지급액)은 87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SKT가 기존관행에 따라 물류비용(2만∼5만원)만 포함해 출고가를 책정했다면 가격은 최대 69만원이면 충분하다.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긴 했지만 가격부풀리기로 인해 애초 가격보다 18만원을 더 내고 휴대전화를 산 셈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가격 부풀리기가 만연한 데 대해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고 외국산 휴대전화 진입 본격화로 통신사 및 제조업체의 경쟁이 심해진 것을 주 이유로 꼽았다. 이들 업체는 보조금이 많은 휴대전화가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했다.
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강력 반발했다. SK텔레콤은 "판촉활동의 일환으로 보조금을 활용하는 것은 모든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라며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공정위 제재의 부당성을 소명하겠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도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는 물론 부당고객 유인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법적 조치 의사를 밝혔다.
공정위 측은 "이들 업체의 영업관행이 개선될 경우 보조금 없이도 10만∼20만원 가량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한 제조업체의 내부문서와 담당자의 진술을 근거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부문서는 '사업자(통신사)는 실제 소비자가 고가의 단말기를 저가로 구매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마케팅 툴(수단)로 활용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제조업체 담당자는 "소비자는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좋은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이유로 이 같은 (가격부풀리기) 영업방식을 사용한다"고 진술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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