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을 정리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외투가 많은 데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니트류가 옷감을 상하게 하는 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한 후 비닐 커버 그대로 옷장에 넣어 보관했다가는 장마철에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의류들이 관리 소홀로 입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다. 『가장 쉽고 빠른 정리 수납법』의 저자 혼다 히로미는 울 소재의 상의는 습기에 약하기 때문에 서랍 중에서도 가장 상단에 보관해야 하며(자주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한 방법), 아이템별로 옷을 접는 방법을 통일하면 보다 깔끔하게 정리된다고 조언한다.
또 서랍에 소재별로 옷을 세워서 넣을 때는 북엔드를 이용하는 것도 아이디어라고. 그런가 하면 『잇 스타일』의 저자 이선배씨는 옷을 무턱대고 정리하기보다 버릴 옷과 보관할 옷을 구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해마다 입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철 지난 외투들은 아쉬워도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 현명하다고. "내년에 수선해서 입어야지!"라며 보관해봐야 귀찮아서 수선을 안 하게 되거나, 오히려 수선비가 많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때문. 그 밖에도 패션 고수들이 '이것만큼은 꼭!'이라며 겨울옷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짚어주었다.
모피는 햇빛에서 살균 후 보관
_허정선(경북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모피는 유독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다. 우선 털이 눌리면 안 되고, 모피도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비닐 커버도 씌워놓으면 안 된다. 또 방습제를 넣으면 모피 자체의 수분도 없어지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우선 모피는 반나절 정도 햇빛 아래에서 살균한 뒤 모피 전용 빗으로 빗어주거나 손으로 털어낸다. 그런 뒤 부직포 커버에 씌워서 공간이 넓은 옷장에 최대한 눌리지 않도록 보관해둔다. 단 장마철에는 습기가 찰 수 있으므로 커버를 벗기고 통풍을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울 코트는 뒤집어서!
_이영애(와이프로젝트 디자이너)겨울 코트는 옷장에 보관하기 전 드라이클리닝하는 것이 필수인데 사실 중요한 관리는 그다음부터다.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한 후 비닐 커버째 그대로 보관하지 말고 커버를 벗긴 다음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하루 정도 걸어두어 옷에 남은 기름기를 휘발시킨 후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울 코트를 즐겨 입는 편. 울 코트는 위의 과정을 거친 후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뒤집어서 보관한다.
패딩 점퍼는 압축 팩을 이용
_이현식(패션 디자이너)오리털이나 거위털을 이용한 패딩 점퍼는 옷 관리가 훨씬 쉽다. 우선 보기 좋게 잘 접은 다음 압축 팩에 넣어서 최소한의 크기로 압축한다(옷걸이에 걸어둘 경우 솜이 아래로 뭉칠 수 있다). 만약 압축 팩이 없다면 손으로 돌돌 말아가면서 최대한 부피를 줄인 뒤 상자에 넣어 정리하자. 이듬해 꺼내서 입기 직전에 패트병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원상태로 회복된다.
겨울 아우터는 옷걸이의 선택이 중요
_홍혜림(멀티숍 플로우 MD)퍼나 가죽 제품의 경우 보관 상태에 따라 수명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유독 신경 써서 관리하는 편이다. 경험상 겨울 아우터는 무엇보다 옷걸이가 중요하다. 재킷 어깨의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둥글고 굵으며 어깨 폭에 맞는 옷걸이에 건 다음 커버에 씌워 보관한다. 이때 목둘레의 깃을 세우고 단추를 모두 채워야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특히 가죽 제품의 경우 평소 모아두었던 실리카겔을 주머니에 넣어둔다.
코트는 공간 확보가 우선!
_서정은(스타일리스트)겨울 코트의 경우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보관을 잘못해 옷을 입지 못하게 되면 그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다. 따라서 부직포 커버에 씌워 방습제와 함께 걸어놓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옷 사이의 간격을 충분히 두어야 한다는 것. 특히 퍼 코트의 경우 부피감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눌린 상태로 보관하게 되는데, 다음 시즌 옷장에서 꺼냈을 때 털이 눌려 제대로 입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겨울옷을 정리하기 전, 옷장의 공간을 먼저 확보해두자.
니트, 소재를 살리는 정리 방법
_김연희(패션 머천다이저 소재개발팀)겨울철에 즐겨 입는 니트는 대부분 포개서 정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직물의 결이 손상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시 회복되기 힘들기 때문에 옷걸이에 건 다음 행어에 걸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꼭 니트가 아니더라도 옷은 되도록이면 행어에 걸어두는 편이 소재를 보호하는 방법). 오래 입어서 늘어났거나 정리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박스에 롤 케이크처럼 돌돌 말아서 최대한 여유 있게 세워서 넣어두자. 뿐만 아니라 니트 머플러 역시 행어에 걸어두는 것이 올바른 보관 방법.
스웨터 전용 박스를 이용
_장주희(캐스키드슨 MD)원래 뜨개질을 좋아해 손으로 직접 스웨터를 짜는 편. 겨울이 지나면 핸드메이드 스웨터를 보관하는 것도 일인데, 캐스키드슨의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된 스웨터 박스를 알고 나서는 그 박스를 주로 이용한다.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울뿐더러 사각 모양에 지퍼가 있어 정리하기도 편하고, 손잡이가 달려 있어 공간에서 공간으로의 이동도 쉽다.
보관 전 전체적으로 상태를 체크
_정영화(웨딩트리 대표)옷을 정리하기 이전에 옷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단추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코트의 벨트가 분실되지는 않았는지 혹은 코트 소맷단이 닳지는 않았는지 체크한 뒤 수선해야 할 부분은 미리 수선해놓고 정리해야 다음 해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내게 필요하지 않은 옷들을 다시 한 번 체크하게 된다. 그렇게 걸러진 옷들은 바자회 등에 내놓기도 한다.
패션 매장처럼 보기 편하게 정리
_조연경(폴리폴리 마케팅팀)시즌이 바뀌면 겨울옷은 마치 패션 매장에서 정리하는 것처럼 소재별?컬러별로 나눠서 보관한다. 드라이클리닝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팀 다리미를 이용해 전체적으로 구김 없는 상태로 만들고, 니트의 경우에는 칫솔을 이용해 보풀을 제거한다. 퍼는 먼지털이로 먼지를 털어준 뒤 가라앉은 털은 브러시를 이용해 살려준 다음 전용 커버에 보관한다.
tip 옷장 정리를 도와주는 도구들
원단을 보호하고 싶다면 나무 소재의 옷걸이가 좋으며, 니트 등 정전기가 많이 생기는 옷은 스팀 다리미를 이용해 증기를 쐬어준 다음 보관하는 것이 좋다. 소중하게 보관해야 하는 외투는 홈쇼핑에서 다량으로 판매하는 지퍼식 옷 커버를 구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