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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블랙리스트제 첫날, "깎아줄테니 약정으로…" 유명무실 조짐

뉴 턴 2012. 5. 2. 08:50


휴대폰 블랙리스트제 첫날, "깎아줄테니 약정으로…" 유명무실 조짐


입력 2012.05.01 18:42

[ 뉴스1 제공](서울=뉴스1) 서영진 기자= …

이달 1일부터 소비자가 대형마트나 가전매장에서 휴대전화 공 단말기를 구입해 원하는 이동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됐지만 첫 날부터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이날 서울 소재 대형마트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하이마트, 삼성모바일 숍을 확인한 결과 공 단말기를 사러 오는 사람은 더러 있었지만 파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료사진(기사 내용과 무관) News1

제도는 시행됐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이다.

기자가 이마트 휴대폰 판매점에 "단말기만 살 수 있나"고 물으니 "공 단말기만 따로 팔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정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직원에게 블랙리스트로 가입할 수 있는 단말기 종류를 물었더니 "별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라며 "많이 깎아줄테니 차라리 약정으로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홈플러스에서 만난 김낙현(39)씨는 "오늘부터 공 단말기만 사면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인근 대형마트 몇 군데를 돌았지만 파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광화문 소재의 이동통신 대리점과 가전제품 판매점(기사 내용과 무관) News1 서영진 기자

가전제품 전문판매점 하이마트와 삼성보바일 숍도 상황은 비슷했다.

갤럭시 노트갤럭시SⅡ HD, 옵티머스 뷰 등 80~100만원대 고가 모델만 진열돼 있을 뿐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는 단말기는 전혀 없었다. 고가 모델도 따로 판매하지 않아 블랙리스트제를 이용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시장에 뿌리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도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려 약정 보조금 형식으로 깎아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유통 방식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는 탓에 블랙리스트제는 허울만 좋은 제도로 남을 공산이 높다는 것.

서울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10년이 지나도 블랙리스트제는 절대로 안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고 단말기를 가져와도 번거로워서 잘 가입해주지 않는 마당에 다른 곳에서 사와서 가입해달라고 인건비와 프린터 잉크 값, 전화비만 나가는 꼴인데 누가 해 주겠냐"며 "블랙리스트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모두 악성고객(블랙 컨슈머)이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대표 하성민)과 KT(대표 이석채), LG유플러스(대표 이상철) 이동통신 3사는 블랙리스트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만들기 위해 대리점과 판매점 리베이트를 대폭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이 공개한 이동통신 3사의 판매 리베이트 확인한 결과 SK텔레콤은 갤럭시 노트는 40~49만원이었고 번호이동으로 가입하는 갤럭시SⅡ HD의 경우 64만원까지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경우 같은 단말기에 각각 60만원, 75만원의 리베이트를 주며 LG유플러스는 각각 49만원, 70만원을 리베이트로 얹었다.

이 판매점 사장은 "월 초라 리베이트가 지난달 말보다 5~9만원 줄어들었다"며 "둘째 주부터는 기존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블랙리스트제가 최신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도 약정이 안돼 못 쓰는 신용불량자나 불법체류자만 혜택을 보는 기형적인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신용불량자나 불법체류자는 약정이 불가능해 스마트폰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블랙리스트제 시행으로 공 단말기를 구하면 기존에 쓰던 USIM(가입자 식별모듈)만 갈아 끼워 최신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