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민'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여러분'이라고 하고 언론은 우리들 조차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국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면 '국민'은 무슨 뜻인가?
국민은 한자로 國民이라고 쓰므로 '나라의 백성'일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국민'은 '황국신민(皇國臣民)'의 준말이다. 황국신민이란, 일본왕에게 충성하는 그들의 신하로, 일본왕의 백성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을 황국신민으로 만들려고 '황국신민화 통치'를 했고 그때 사용한 표현이 '국민'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나라가 아니며, 더더욱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일왕의 신하도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국민(황국신민)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된다.
그러면 우리는 왜 '황국신민'을 해방 후에도 사용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해방과 동시에 남과 북으로 분단이 되었다. 그리고 전쟁을 하고 지금까지도 적대적인 관계를 강요받고 있다.(적대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민족의 화합을 얘기하면 '북으로 가라'는 악플이 달리는게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경쟁하며 적대적인 관계가 되면서 이북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면 안되게 되었다. '동무'라는 표현도 그러하다. 전혀 문제가 없는 순우리말인데 '동무'라고 하면 '북한말 쓰냐'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부터 우리는 공화국을 내세웠기 때문에 '신민'(백성은 왕의 신하)이 아니었다. 따라서 사람이 이 땅의 주인이고 '인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방 후에도 당연히 공화국의 주인은 인민이고 그렇게 사용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정권은 오직 이북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인민이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을 사용했다. 마침 여전히 살아서 떵떵거리던 친일파 무리들이 은근슬쩍 '국민'을 사용했다.
국민은 '나라의 백성'이 절대 아니다. 1995년 교육법을 개정하여 96학년도 부터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칭 되었다. 그것은 '역사 바로세우기'로 평가 받았고 잘 한 일이다. '국민'이라는 표현도 이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적절한 표현은 '인민'이다. 그러나 이북에서 사용하는 표현이기에 거리감이 생긴다면 '시민'이라고 표현 하면 된다. 시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대중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 주장을 하다보면 시군구 중 도시에 사는 사람을 시민을 시민이라고 하니까 연천군, 음성군 등에 사는 '군민'들을 어떻게 시민이냐고 부르냐는 반문을 많이 듣는다. 놀랍게도 70년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사람까지도 그렇게 주장하는데, 시민혁명 후 현재는 보통선거가 실현되어 연천군, 음성군 등에 사는 사람들도 똑같이 투표에 참여한다. 그들도 주권이 있기 때문에 시민(부르주아)과 분리된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은 '시민'이다.
필자가 쓴 어떤 글의 첫머리에 '국민은 황국신민의 줄임말이다'라는 표현이 있어 바로 스크롤을 내렸다는 한 네티즌이 있다. 자신이 몰랐던 사실이 서술되었기에, 혹은 사회과학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해서 그런걸까?
무식한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배우려고 하지 않는 자세는 분명한 죄이다. 모르는 표현이 나와 스크롤을 내리고 아예 접하지도 않으면서 인터넷을 하고 자기 주장을 하는 행위야말로 그저 '무뇌충(無腦蟲)'일 뿐이다. 만약 필자라면 모르는 사실이 나왔을 때 2번이고 3번이고 반복해서 읽으며 공부를 했을 것이다.
또한 '국민학교'의 '초등학교' 개칭을 영어식 표현으로 바꾸었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근거가 없고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영어 단어와 맞추어 그럴듯하게 주장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왜 미국식으로 해야 하는가? 스스로 우리의 조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고 싶은 또 다른 친일파의 후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