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밥이 좋아서 먹냐고요?”
한겨레 입력 2012.08.28 16:00 수정 2012.08.28 18:00
[청년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① 삼각김밥·컵밥으로 끼니 때우는 청년들
청년을 위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이들의 고민을 대변하는 곳은 없다. 청년문제 해결은 이들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팀 '청년암행어사'는 이런 취지로 청년유니온 등 10여개 단체와 함께 청년 정책 아이디어를 모으는 릴레이 토론회 '여기, 청년이 있다'를 이달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릴레이 토론회에서 쏟아지는 청년들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싣는다. 첫회는 삼각김밥과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젊은이들의 부실한 식생활에 대한 하소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청년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연재순서>
① 청년들의 먹거리와 건강 - 삼각김밥·컵밥으로 끼니 때우는 청년들
② 주거와 자립의 꿈 - 홈리스·월세에 고통받는 청년들
③ 일과 꿈 - 하고 싶은 일과 꿈이 서로 충돌해 힘겨워하는 청년들
고시원비 30만원, 독서실비 10만원, 학원비 30만원. 3개월째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장씨가 한 달에 쓰는 고정 비용만 70만원이다. 정기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없어 무대설치를 돕고 5만원 정도를 받는 하루짜리 일자리가 장씨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나머지는 집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해결한다.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 "노량진 근처는 음식 가격이 섬뜩할 정도로 싸요. 삼겹살이 3천원밖에 안 해요. 원산지를 살펴보면 쌀은 중국산이고 돼지고기는 미국산이고 그렇죠." 장씨는 눈에 불을 켜고 싼 음식만 찾아나서는 '노량진 생활'을 한 뒤부터 건강이 매일 안 좋아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간혹 친구들과 만나 제대로 된 삼겹살이라도 먹는 날이면 어김없이 폭식을 한다. 몸에 좋을 리 없다. "이제 조미료 많이 들어간 짭짤한 음식과 중국산 김치는 그만 먹고 싶어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돈 아끼려면 싸게 먹거나 굶는 게 가장 쉬운 방법"
지난 21일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팀 '청년암행어사'와 서울시 시민소통과가 '청년들의 먹거리와 건강'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 모인 70여명의 청년들은 저마다 먹거리와 관련한 '속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아무개(21)씨는 일주일에 12번은 밖에서 밥을 먹는다. 단골식당은 편의점. 가장 맛있는 편의점과 추천 음식을 줄줄 외웠다. 하지만 김씨 역시 편의점 음식이 좋아서 먹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수입은 카페 아르바이트로 버는 60만원 남짓이 전부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시간당 4580원의 최저임금을 받았어요. 한 시간 동안 30~40잔의 커피를 뽑아봐야 45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먹을 수 있는 셈이죠. 1시간에 4580원 벌고 2000원짜리 김밥을 사먹으면 당연히 열패감이 들죠. 가끔씩 손님이 커피숍에 남기고 간 빵을 몰래 입 속에 넣은 적도 있어요. 어쩔 수 없어요. 점심을 싸게 해치우면 한 달에 6~7만원이 굳으니까요." 김씨는 최근 결핵을 앓고 난 이후로는 부실한 식사로 소화불량·수면부족·피로감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에게도 먹거리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서울 종로에서 7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권아무개(32)씨는 집에서 나와 혼자 생활한 지 벌써 9년째다. "생활비를 아끼려면 싼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하는데 직장이 있는 종로 근처는 밥값이 7~8천원이나 해요. 그렇다고 몸에 좋은 것 같지도 않아요."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도 돈이 많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권씨는 싼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찾는다. 하지만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금방 탈이 난다. "건강한 체질이긴 한데 아토피가 있거든요. 부모님하고 함께 살 때는 아토피가 심한 줄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밖에 나와서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싼 음식을 찾아 먹다보니 아토피가 엄청나게 심해지는 거에요. 그러면 또 체질 개선을 위해서 야채나 과일을 '폭풍 흡입'하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드는 악순환에 빠지더라고요. 건강을 해치지 않는 싸고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청년암행어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19~40살 347명에게 먹거리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 점심값은 한끼 평균 6850원, 학생의 점심값은 한끼 평균 4210원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절반 이상(51%)은 하루 한끼 외식을 했고, 두끼 외식을 하는 사람도 30.3%, 세끼 이상도 5.8%가 나왔다. 외식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가격이 39.5%로 가장 많았다. 맛은 33.4%였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해본 적이 있는 경우는 79.7%에 이르렀다. 이 중 한 달에 1~3회가 29.8%, 일주일에 2~3회가 15.3%, 일주일에 4~6회가 6.9%로 나타났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라는 이유가 46.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이 29.6%로 나왔다.
김영경 서울시 명예부시장은 "노량진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에 이들을 위한 희망도시락이나 희망식당을 운영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추후 서울시와 청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청년들의 식생활·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디자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20828160024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