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정치에 관해서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만 이번에 한해 총선결과에 대한 고찰을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것은, 제가 생각하는 정치 및 그의 결과물인 국가권력의 향방은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계자본주의체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보다 넓은 프레임에서 그 향방이 결정되고, 각 국가의 정치권력은 그 향방을 담보해 내기 위해 존재하는 툴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같은 패권국의 권력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을 때 대한민국과 같은 작은 주변국의 권력은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현재 세계자본주의시스템이 진행하고 있는 프레임이란 무었일까요. 지금까지 제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예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금융적 억업 (financial repression) 입니다.
피에솔레라는 분이 제 지난글에 댓글로 올려주신 정의를 한번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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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가전체의 부채레벨을 낮추기 위해 현금, 채권 및 예금 보유자들의 주머니를 국가권력과 금융시스템이 탈탈 털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인플레율을 10프로 라고 보았을 때, 현금자산 보유자는 10프로씩, 예금보유자는 10프로-수신금리 만큼 매년 국가권력과 금융시스템에 헌납하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득을 보는 것은 채무자들입니다. 이자만 제때 가져다 바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금과 이자부담이 저절로 줄어듭니다. 물론 일정한 소득이 있어 채무변제능력을 갖춰야 그나마 득을 봅니다.
이러한 현실이 마음에 안들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른바 글로벌공조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과다한 부채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개별 국가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큰 그림으로 볼 때 동일한 상황이구요. 북한같이 폐쇄된 곳이 아니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피할 수 없습니다.
현재는 민간에서 벌어지는 deleveraging으로 인하여 디플레이션압력이 무척 심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한 총통화의 증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은 필수적이며 재정확대로 인해 정부부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늘어난 정부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financial repression으로, 즉 인플레와 마이너스 실질금리의 환경을 만들어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간접세를 어마어마하게 거두는 것입니다.
이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시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1) 실질인플레와 마이너스 금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느냐. 당장 채권금리 기대치가 높아져 금리가 올라갈 것이다. - > 이 문제는 연준, BOJ, ECB(사실은 Bundesbank)에서 양적완화를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준에서 10년만기 국채를 2프로로 타겟팅한다고 하면 감히 어떤 채권펀드매니져가 이뜻에 거슬러 국채를 숏 할수 있겠습니따. 실제로 작년에 세계최대의 채권펀드라는 PIMCO의 빌 그로스가 미국국채에 숏포지션을 가져갔다가 유로위기로 인한 달러강세와 함께 탈탈 털린적이 있죠. 또하나의 방법으로는 금리스왑시장에 대한 개입이 있습니다. JP Morgan등 월가의 대형은행들, 주로 연준의 프라이머리딜러들이 천문학적인 파생상품잔고를 갖고 있다는 소식 들으신 적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포지션이 지금까지 스왑시장을 통해 채권일드커브를 납작하게 누르는 데에 사용되어 왔다고 추정합니다.
2) 두번째 문제는 이렇게 확대된 재정으로 인한 혜택이 왜 나에게는 안돌아오느냐.. 입니다. - > 지금까지는 재정이 서민들에게 갈 수 없었습니다. 4년전에 워단 훌륭하신 각하께서 정권을 잡으신 덕분에 4대강 공사로 토건세력에게 전부 흘러갔습니다. 이웃나라들은 경기부양한다고 국민들에게 수십만원씩 바우쳐 나눠주고 미국같이 복지를 싫어하는 나라에서도 하다못해 푸드스템프라도 더 찍은 상황이라서 더욱 어이가 없죠. 단, 이로 인한 비난여론이 워낙 거세어 앞으로는 복지가 어느정도는 늘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시스템적 흐름이므로 야당이 정권을 잡던, 여당이 정권재창출을 하건, 마찬가지 입니다.
이러한 전체흐름을 알아야 선거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난번 선거에서 오세훈은 토건에서 서민복지로 이동하는 재정의 흐름을 읽지 못하여 꼴통짓하다 참패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도 오세훈이 범한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 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복지마니페스토로 재미좀 보았다고, 그 재탕을 하다 눈치빠르게 복지 밴드웨곤에 올라탄 한나라당에 참패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측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정권을 잡던 관계없이 서민복지의 확충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야당은 이번선거에서는 역으로 적극적인 재정확대로 depression economics를 실시하겠다고 해야 했던것이라고 봅니다. 재정을 서민복지 확충에 투입하는 한편 저금리 장기모기지의 도입등를 통해 주택수요확대도 꾀했어야 하는 겁니다.
총선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주택가격의 비중은 너무나 큽니다. 예전에는 주택소유자만 해당되었으나 MB정부의 전세값 펌프질로 인해 집없는 서민들도 주택가격하락 및 그에 따라 자신들의 전세값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어떻게 대응 했을가요? 재정 보충한다고 부자증세 내세웠습니다. 정말 자살골 제대로 넣은 것이죠.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서는 어떠한 종류이건 증세는 정말 아닙니다. 초등학교 사회만 배워도 불황기에서의 증세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와 대비하여 한나라당의 공약을 보면 증세에 대한 내용 없습니다. 서민에 대한 선택적인 복지를 확충하되 재정지출의 효율을 높여 충당하겠다 입니다. 띵똥~ 하는 소리와 함께 정답을 맞춘 것이지요.
한나라당은 증세가 필요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죠. 왜냐고? 어차피 Financial Repression 상황하에서는 간접세를 국민 몰래 잔뜩 걷을수 있으니까.
정리하자면..
한나라당 - > 일반적으로 야당에 비해 bad하나 less incompetent하다는 인식, 그러나 지지계층의 절대적인 지지. 야당 -> 일반적으로 여당보다 less bad하나 incompetent하다는 인식, 게다가 지지계층으로부터도 진실성에 대한 의혹을 받음 (참여정부 당시 2번에 걸친 처절한 배반).
우리나라 국민은 지난번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안가는 less bad 보다는 확실한 less incompetent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선택이 현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경제문제에서 만큼은.
신문지상을 보면 야당이 김용민때문에 졋다, 한명숙이 이대출신들 싸고 돌아서 졌다, 말이 많은데 저는 야당이 진것은 경제를 모르기 때문에 졌다고 봅니다. 솔직히 지금의 야당에는 현실경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너무도 없습니다. 이 모양이니 구시대의 유물인 김진표를 버리지 못하나 봅니다.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야당에서 그렇게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북한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여당편을 들어주며 미사일 한방 올려주었습니다. 의미있는 그 아무도 야당의 승리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료마 올림 https://twitter.com/#!/RyomaLuXun
추신: 료마라는 사람 투자 많이 했나보네. 아파트 몇채 갖고 있냐는 둥의 무의미한 댓글에는 바빠서 일일히 대응하지 못하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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