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종북인가?" 국정원 간부 답변 안 해
시사INLive 김은지·전혜원 기자 입력 2013.09.27 02:02법정에도 국정조사 때처럼 가림막이 등장했다.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 흰 차단막 8개가 병풍처럼 펼쳐졌다. 증인과 피고인·검사·변호사는 얼굴을 보며 신문했고, 방청석에서는 증인이 보이지 않았다. 2차 공판의 증인은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었다. 원세훈 원장-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전단장으로 이어지는 사건 당시 지휘체계상 핵심 증인이다. 원 전 국정원장 쪽(법무법인 처음의 이동명 변호사 등)은 재판 자체를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고, 검찰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반대했다. 재판부가 '재판은 공개하되 얼굴은 비공개'로 정리하며 병풍이 등장했다. 검찰 측 주 신문으로 시작한 2차 공판은 9월2일 오전 10시15분께부터 시작되었다.
ⓒ그림 서혜주 9월2일 원세훈 전 원장(오른쪽)은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묵묵히 듣고 있었다. |
검사
(검):사이버심리전단이 4개 팀(1·2·3·5팀)으로 확대 재편된 이유는 무엇인가?
민병주
(민):내가 조직을 늘려달라고 요청해서 늘어난 건 아니고 조직이 그렇게 확대되었다.
검
:5팀이 신설되면서 '종북 세력의 트위터 선동 대응 강화'라고 되어 있는데 5팀은 트위터 업무만 전담했나?
민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
검
:트위터 대응 강화는 누구 지시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인가?
민
:조직(국정원)의 구체적인 사항은 다 밝힐 수 없지만 조직이 밀면 임무 수행이 부여되고 거기에 따라서 업무가 재편되는 걸로 보면 된다.
검
:신설 팀(5팀)이 업무를 트위터 업무로 전담한 것은 피고인(원세훈)에게 보고되었나?
민
:보고된 걸로 생각된다.
검
:(2011년 11월18일 전 부서장 회의에서) 피고인은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여당 소속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1억원 피부숍 논란으로 낙선했다고 지적했다. 혹세무민된 것을 정상화하는 활동은 사이버상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
:1억 피부숍 이슈는 안보랑 전혀 관계없는데 이런 걸 유포시키는 사람이 나라를 흔들려는 세력이란 생각에 거부감이 없었나?
민
:그 부분에 대해선 답변드리기가 좀 그렇다.
검
:원세훈 원장 지시 강조 말씀 중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한국과 같이 자원 없는 나라가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2012년 11월23일)으로 되어 있는데, (2012년) 11월28일 두 개의 트위터 계정에서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오기인 'IAEA'까지 똑같은 트윗을 했다는 언론 보도를 본 적이 있나?
민
:그런 이야기는 들었다.
검
:증인이 올해 4월까지 심리전단장이었으니까 이런 보도가 나면 당연히 확인하지 않나?
민
:우리 직원들에게 물어보아도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주로 팀장 통해서 확인하는데 거의 확인을 안 해주는 상황이다.
검
:증인이 부서장이었고 부서 관련 보도가 나오면 당연히 확인해야 하고, 밑에 직원들은 팩트를 상세히 보고하는 게 상식 아닌가?
민
:정보기관의 속성상 업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직원들의 구체적인 아이디 이름 그런 건 알 수가 없다.
검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 작성한 문재인 후보 대북정책 공약 비판 글을 보여주며) 누가 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아닌가?
민
:특정 후보를 거론한 것은, 지시가 내려간 게 없었을 텐데. 저 글은 우리 직원이 개인적인 정체성으로 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글임을 인정하나?
민
:특정 후보를 거명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
:김하영씨 컴퓨터를 왜 임의 제출을 결정했나?
민
:임의 제출하라고 지시를 받았다.
검
:증인도 국정원 생활 20년 했는데 상식적으로 (정보국 직원의 컴퓨터는) 임의 제출 안 하는 게 맞는데 왜 제출했나?
민
:선거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출 안 하면 마치 선거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오해를 받았을 것이다.
판사
(판):위에서 내라고 지시했나?
민
:그렇다. 위에서 지시를 받았다.
검
:12월17일, 경찰 중간수사 발표 다음 날이다. 증인이 김하영 직원에게 "어제 보고 와서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위로받고 온 거 같습니다. 이제 가닥 잡아가고 있으니까 마음 편히 가지고 마음 깊이 고맙고 잘 지내세요"라고 휴대전화로 문자 보냈다. 여기서 '이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민
:부서장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되어 격려하는 취지에서 보낸 것이다. '박근혜 후보 지지, 문재인 후보 비판'에 관해서만 글 검색을 하도록 지시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없다고 해서 통상적인 입장에서 쓴 것이다.
검
:대선 다음 날인 12월20일, '선거도 끝나고 흔적만 남았네요. 김하영씨 덕분에 선거 결과를 편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는 무슨 말인가?
민
:그때까지 김하영 직원이 병원에 입원하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 활동이 노출되어 문제가 되었지만 당시 경찰 발표로 대선 과정에서 문제가 안 되고 그렇게 대선이 잘 끝나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라는 격려성 메시지다.
댓글 단 김하영에게 보낸 감사 메시지는?
검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은 종전과 같은 활동을 계속하나?
민
:중단시켰다.
검
:합법적이라는데 왜 중단시켰나?
민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사이버 방어 심리전 차원에서 글 쓰는 것은 다 중단했다.
ⓒ그림 서혜주 민병주의 얼굴을 비공개로 하기 위해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차단막이 펼쳐졌다. |
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직원들이 계정 탈퇴하고 삭제했나?
민
:지시한 바는 없지만 보안 조치가 있어서 직원들이 그런 차원에서 (삭제)한 것으로 안다.
원세훈 피고인의 변호인 쪽 신문은 오후 4시에 시작되었다.
변호사
(변):이 사건은 국정원 직원 중에서 민주당 쪽과 연관된 사람 때문에 시작되었나?
민
:그렇다.
변
:이것은 특정 정당에 줄 대기 아닌가?
민
:맞다.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변
:4대강 사업이나 FTA 등은 북한이나 종북 좌파의 사이버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심리전단 사이버 활동 이슈로 선정된 것인가?
민
:맞다.
변
:이런 활동이 정치인 이명박은 홍보하고 반대로 야당의 비판을 차단해 국정원법 위반이 된다는 고민을 해본 적 없나?
민
:북한의 사이버상 선전선동에 대한 대응활동이기 때문에 국정원 본연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변
:이 사건에 연루된 직원들이 선거 시기에 박근혜 후보 지지 글에는 찬성 클릭, 문재인·이정희 후보 지지 글에는 반대 클릭해서 문제가 된 것 아닌가. 구체적 내용은 전혀 몰랐나?
민
:이 사건 나고 알았다.
변
:그러면 (피고인의) 클릭 지시 사항도 없었을 것이고?
민
:그렇다.
변
:증인은 종북 세력이나 종북 좌파의 개념을 뭐라고 생각하나?
민
:종북 세력은 북한의 지시를 받아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는 세력들로 이해한다.
변
:민주당이나 통진당을 종북 세력으로 보나?
민
:(침묵)
변
:큰 범위로는 종북이라 할 수 없죠? 예를 들면 이번에 문제가 되는 통진당의 일부는?
판
:증인에게 의견을 묻는 건 좋지 않다.
다음 9월9일 3차 공판에는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김은지·전혜원 기자 / webmaster@sisain.co.kr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927020210470&RIGHT_REPLY=R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