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기사 누르면 정부·기업의 '반박 댓글' 함께 뜬다
한겨레 입력 2015.06.22. 20:30 수정 2015.06.22. 22:00
[한겨레]기업들, 네이버·다음에 서비스 요청
정부도 "거 괜찮네, 우리도 하겠다"
일반 댓글과 달리 링크해도 함께 떠
"반론권 충분한 권력층에 특권" 비판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자신들의 뉴스 서비스에 들어가는 모든 언론사 기사에 정부와 기업 쪽의 해명이나 반론을 댓글 형식으로 게재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기업 등 이미 반론 수단이 충분한 힘있는 기관에 과도한 반론권을 제공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일반시민과 차별적인 특권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22일 "정부·기업 등 (기사에 등장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식 계정을 나눠주고 댓글을 달 수 있게 해주는 '오피셜(공식) 댓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서비스를 통해 모바일을 통한 빠른 정보 확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활용법 등을 설명한 뒤 3분기부터 신청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오피셜 댓글은 기사 바로 아래나 옆에 노출시켜 일반 댓글보다 눈에 띄게 노출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도 계정을 받아 반론에 대한 재반박을 댓글로 달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이날 "정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기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데, 부정적인 의견도 있어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 포털업체는 이런 구상을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주도하는 '온라인 대변인 정례회의'에 참석해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포털업체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런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들었고, 괜찮은 방안이면 정부도 함께 하자는 차원에서 국민소통실이 포털업체에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애초 광고주협회 등을 통해 기업들이 포털업체에 해명·반론을 실어주는 서비스를 먼저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기업·정부는 이미 반론이나 해명을 할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데 '오피셜 댓글' 서비스로 그들의 입장을 기사와 함께 눈에 띄도록 배치해주는 것은, 일반시민과 차별해 이들에게만 반론권을 과도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장해야 할 반론권을, 언론 행위와 무관한 유통업자들이 추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모든 이들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이런 조처는 이미 영향력이 큰 정부·기업을 우선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약자인 개인과 단체를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 교수는 "언론이 기사를 작성할 때 '자체검열'을 하게 만드는 등 언론의 자유와 활동을 위축시킬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정부·기업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우려가 있지만, 최소한의 정화된 공론장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일부 언론은 근거 없이 기사를 쓰고, 권력자들은 언론사에 '기사 내려달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우리 공론장의 현실인데, 반론을 통해 타당한 주장들이 오고 간다면 공론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애초 언론사가 독자들과 만나는 소통 창구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오피셜 댓글' 서비스를 추진했고,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는 이번달 초부터 시범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자들이 직접 댓글을 달고 취재 후일담이나 후속보도를 공유하는 등의 소통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언론사 쪽 반응이 좋아 기업·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론·해명을 담아주는 서비스로까지 확대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뉴스의 당사자나 이해관계자라면 일반 개인에게도 권한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media/newsview?newsid=2015062220301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