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엉뚱한 사람 잡을 뻔한 '성폭행 DNA' 수사
한겨레 입력 2015.07.04. 02:20[한겨레]13년 전 성폭행 사건 채취 DNA
국과수서 다른 사건에 잘못 기록
일치여부 재조사해 진범 붙잡아
"분석·운영 과정 오류 보완 필요"
검찰이 수감 중인 수형자의 유전자정보(DNA)를 바탕으로 13년 전 성폭행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 재판에 넘겼다. 수사기관이 공들여 축적해온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DB)의 성과다. 하지만 4년 전에는 같은 디비 검색을 바탕으로 엉뚱한 사람을 피의자로 지목해 수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디엔에이 만능주의'에 가려진 오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디엔에이 시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연구원)로 넘겼고, 국과수는 이를 분석해 디엔에이 디비에 입력했다. 수년간 잠자고 있던 범인의 유전자정보는 2010년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디엔에이법)이 제정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이 법으로 이미 수감된 강력범죄자들의 유전자정보까지 사후 채취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6건의 성범죄로 2005년부터 수감돼 있던 양씨의 유전자정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검찰은 양씨의 유전자정보가 13년 전 마포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범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지난 3월 국과수에서 통보받았다. 이후 추가 수사로 양씨의 자백을 받아낸 검찰은 장기 미제 사건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흥락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디엔에이 증거가 확보돼 있을 경우 추가로 10년이 연장되는 '공소시효 특례' 조항에 따라 양씨를 기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디엔에이 수사의 오류 가능성도 같이 드러났다. 검찰은 디엔에이법 시행 직후인 2011년, 수감 중이던 ㄱ씨의 유전자정보가 마포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먼저 받았다. 검찰은 ㄱ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ㄱ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했고, 결국 유전자정보 디비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마포 사건과 비슷한 시간과 장소에서 채취한 다른 사건의 유전자정보가 국과수 디비에 마포 사건으로 잘못 입력돼 있었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디엔에이법 시행 이후 지난해 9월말까지 디엔에이 디비를 활용해 미제 사건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건수는 4071건에 달한다. 하지만 마포 사건처럼 오래된 유전자정보의 경우 과거 엑셀 파일 등에 입력하는 과정에서의 오류나 디엔에이 분석방식의 변화에 따른 불일치가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신훈민 변호사는 "디엔에이 수사가 과학적 수사 기법이라는 이유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운영·관리는 수사기관이 전적으로 하고 있어 법적 통제장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분석·운영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704022007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