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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시작부터 흔들' 한국형전투기 개발..'예고된 파국'

뉴 턴 2015. 9. 27. 17:27

[박수찬의 군(軍)]'시작부터 흔들' 한국형전투기 개발..'예고된 파국'

세계일보 | 박수찬 | 입력 2015.09.27. 14:05 | 수정 2015.09.27. 16:58

‘보라매 사업’이라 불리는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정부가 KF-X 개발에 필요한 4개 핵심 장비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군 당국은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 40대를 7조원이 넘는 금액에 도입하면서 21개 분야의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을 항공기에 통합하는 기술을 이전받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미 정부는 지난 4월 이전 승인을 거부했다.

이같은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급기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KF-X 사업과 F-35A 도입과정에서의 기술이전 문제 등에 대한 검증에 나서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KF-X의 추진과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파국은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사업 타당성 검증만 하다 10년 지났다

KF-X 개발은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표면화됐다.

이에 따라 합동참모본부는 2002년 11월 국산 ‘KF-16+급’ 전투기 120대를 장기 신규 소요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후 KF-X 사업은 타당성 조사만 반복하며 부침을 거듭했다.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2006~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는 ‘타당성 없음’ 판정을 받아 존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2009년 공군 의뢰로 실시한 건국대 조사에서 ‘타당성 있음’ 결과가 나와 2010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탐색개발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KIDA가 2012년 재차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KIDA는 ‘수출가능성은 희박하며, 타당성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2013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조건부 타당’ 결론이 나와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에는 공군에 KF-X 1호기가 인도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KF-X는 여전히 상상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J-20과 심신 전투기를 개발하며 스텔스기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우리는 사업 타당성 검증 수준에서 벗어나는데 10년이 걸렸다.

이는 그만큼 정부의 개발 의지가 약했고, 사업 관리 또한 부실하게 진행되어 왔음을 방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KIDA, 2012년 ‘기술이전 관련 경고 보고서’ 작성

이와 관련해 KIDA는 KF-X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던 2012년 하반기에 이미 기술이전이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KIDA에서 작성한 ‘KF-X 사업 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차기전투기(F-X) 기술이전에서 참여업체들 중 미 록히드마틴이 가장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F-35A 전투기(자료사진)
훈련중인 공군 전투기 편대(자료사진)

보고서는 “방위사업청은 F-X 사업 과정에서 KF-X 개발에 필요한 51개 기술을 요구했다. 유럽의 에어버스와 미 보잉은 이 조건을 충족했지만, 록히드마틴은 21개에 그쳤다”며 “록히드마틴은 ‘미 정부의 승인이 없다’는 이유로 스텔스, AESA레이더, 전자전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록히드와 보잉은 KF-X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기술 컨설팅 정도의 협력만 할 의사가 있으며, 유럽 에어버스는 타이푼 전투기 선정을 전제로 직접투자와 기술이전을 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 이전에 대한 미 정부의 수출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들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계개발과 무장, 센서를 동시에 개발한다는 KF-X 전략에 대해서도 “장착할 장비들이 개발되지 않으면 개발기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며 “장비를 개발해도 시험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KIDA는 보고서 결론에서 “절충교역의 한계는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신규 개발은 타당성이 없으므로 기존 전투기를 개조하는 등의 다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에는 KF-X의 정확한 스펙 등이 결정되기 이전이다. 따라서 지금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3년전에 이미 미 정부의 기술이전이 어렵고, 이 때문에 해외 업체들이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군 당국은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은 채 ‘일부는 이전해 주겠지’라는 기대감에 4개 핵심 분야의 체계통합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그 결과 미 정부가 승인을 거부했지만, 방위사업청은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역풍을 자초했다.

미 정부의 수출 승인 불허로 기존의 KF-X 사업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 협력선을 제거하고, 국내 역량을 총 결집한 단일 조직을 구성해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투자와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해외 선진업체를 물색해야 한다.

이미 10년의 세월을 허비한 우리다. 대한민국의 영공을 수호할 핵심인 KF-X의 개발이 더 늦어진다면, 우리는 2030년대에도 여전히 록히드마틴의 손에 영공 방어를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http://media.daum.net/politics/dipdefen/newsview?newsid=20150927140503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