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스페셜' 우리가 버린 아이, 미국에서도 외면...입양아의 눈물
▲<사진=MBC 제공>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MBC 다큐스페셜'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입양아의 아픈 현실이 공개된다.
'MBC 다큐스페셜'은 한국으로 추방되는 입양아들의 이야기인 '나의 집은 어디인가요?' 편을 방송한다.
16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MBC 다큐스페셜'이 스스로를 노예라 일컫는 입양인들의 기구한 삶을 담았다. 시민권이 없어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다 다시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입양인들. 추방 후 한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입양인의 이야기를 통해 입양에 관한 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보낸 아이가 추방의 벼랑 앞에 섰다.
미국 오레곤주에서 한인 입양인 아담 크랩서의 추방재판이 지난 10월 20일 열렸다. 미국정부는 20년 전 이미 복역을 마친 그의 범죄기록을 문제 삼았다. 아담의 나이 17살 때의 기록이었다. 그는 왜 어린 나이에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아담 크랩서(한국 이름 신성혁 혹은 신송혁)는 1979년 3월 8일 두 살 터울의 누나(한국 이름 신성애 혹은 신송아)와 함께 기독교 집안의 라이트 부부에게 입양됐다. 따뜻하고 유복한 가정을 꿈꿨던 남매는 지하실로 끌려 들어가 채찍질을 당하는 등 폭력에 시달렸다. 매일 폭력을 행하던 라이트 가족은 돌연 아담과 누나를 파양시켰다. 아담과 누나는 각자 다른 집으로 재입양을 가면서 헤어지게 됐다.
아담을 기다리고 있는 건 더 가혹한 학대였다. 아담을 비롯해 5명의 아이를 입양한 크랩서 부부는 못을 박는 기계를 아이에게 쐈고, 토사물을 먹게 시켰으며, 화상을 입히고 목을 졸랐다. 지옥 같은 5년이 흐르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체포된 크랩서 부부는 재판을 받게 되었고 90일 만에 풀려난 크랩서 부부는 결국 아담을 거리로 내쫓았다.
노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린 동양인이었던 아담. 그는 추위와 배고픔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입양 당시 한국에서 가져왔던 성경, 고무신, 그리고 인형이었다. 그는 그 물건들을 되찾기 위해 크랩서 부부 집에 몰래 들어갔다. 17살의 아담은 크랩서의 신고로 주택침입죄로 그렇게 범죄자가 됐다. 그 사건으로 20년이 지난 지금 아담은 추방 재판대 앞에 서게 됐다. 약 40년, 모진 학대를 견디며 살아남은 그였다. 아무도 실현시켜 주지 않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검정고시로 공부를 마쳤고 이발사가 되어 가정을 꾸려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었다. 입양도, 국가도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그는 지독히도 불행한 사람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을까.
잃어버린 제 31년의 삶을 돌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2009년 11월 4일, 찬바람 속에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은 한 남자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이름 한호규, 그의 나이 38세 때의 일이다. 미아로 등록돼 8살에 입양을 갔던 몬티는 두 번의 파양을 거듭하며 학대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
성인이 된 몬티는 트럭 운전을 하며 일상을 꾸려나갔다. 그러다 상관의 지시대로 물건을 운반하던 그는 트럭에서 마약이 발견됐단 이유로 감옥으로 끌려갔고 곧바로 추방재판에 회부되었다. 몬티의 추방 재판을 맡은 미국의 판사는 서류상의 문제로 "당신은 미국 시민이 아니다. 이 나라를 떠나라"며 그를 추방했다. 완전한 미국 시민이 되기 위해 군대에 자원, 걸프전까지 다녀온 몬티에겐 잔인한 처사였다.
한국으로 추방된 몬티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버려진 아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친어머니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헤맸다. 몬티의 어머니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년 그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탁 위에 몬티 몫의 밥공기 하나를 더 올려놓았을 만큼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그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었다. 엘라(김양애, 1955년생)는 어린 시절부터 양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그녀의 양부는 엘라의 딸에게까지 성추행을 시도했으며 그에 대한 상처로 엘라와 그녀의 딸은 현재 멀어지고 말았다. 최근 엘라의 유일한 가족인 남편마저 사망했는데 그 과정에서 60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온 그녀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엘라의 양부모 또한 국적취득 문제를 방치했다. 미국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투표를 할 수도 없고, 미국여권을 만들 수 없어 외국에 나갈 수도 없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 아니라며 버려졌고 미국에서 60년 넘게 살았지만, 미국인도 아닌 그녀가 살아갈 국가란 어디인가.
지난 2000년부터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2000)에 의해 미국으로 입양을 간 아이들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 법은 아담처럼 2000년 당시 만 18세 이상인 입양인들의 국적취득 여부까지는 책임져주지 않는다.
올해 정부가 파악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최소 15,568명이다. 한국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입양기관은 입양된 아동의 국적취득 여부를 확인하고 정부부처에 보고해야 했다. 그러나 양부모와 연락이 단절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입양기관은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정부는 이를 감시하지 않았다. 버려진 아이들을 그저 해외로 보내기에만 급급했던 시절,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지 못했던, 그래서 온전히 미국 시민이 될 수 없었던 수많은 입양인들. 그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사회가 방치했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입양인의 상처받은 삶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 16일 밤 11시 10분 'MBC 다큐스페셜'의 '나의 집은 어디인가요'편에서 입양인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돌아본다.
출처: http://www.polinews.co.kr/news/article.html?no=254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