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반대집회'에 흘러들어간 전경련 자금
한겨레 입력 2016.04.20. 19:06[한겨레]3차례 1억2천만원 송금…어버이연합 사실상 인정
퇴직경찰모임 경우회도 탈북단체 수백만원씩 줘
야당 “명백한 정치 개입…배후 국정원 여부 밝혀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의 자금 지원을 기반으로 극우·보수 성향 단체들이 탈북자 등을 동원한 대규모 관제 데모를 집중적으로 개최해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정치개입”이라며, 자금 지원 배후에 국가정보원 등 배후 세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종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부회장은 20일 <한겨레> 기자를 만나 “(전경련으로부터) 1억2000만원 안 받았다고는 못 한다. 우리 인원이 200~300명 정도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1억2000만원은 떡값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돈으로 “(어버이연합) 회원에게 8만8000원짜리 외투를 나눠주거나 식사 대접을 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전경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집회 활동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 <제이티비시>(JTBC) 보도에 따르면, 재벌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2014년 9~12월 3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의 돈을 한 기독교선교재단(선교재단)의 계좌에 입금했다. 이미 몇 년 전 문을 닫은 이 선교재단의 계좌는 어버이연합의 추선희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이 계좌에서 추 총장에게 4차례에 걸쳐 1750만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탈북민들에게 교통비조로 일당 2만원을 주고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동원한 사실(<한겨레> 4월12일치 10면 참조)이 밝혀진 데 이어,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의 자금줄 노릇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앞서 퇴직경찰들의 모임인 경우회가 2014년 12월 탈북난민인권연합에 5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우회는 지난해 3월 두차례에 걸쳐 500만원과 700만원을 탈북난민인권연합에 잘못 보내는 ‘배달 사고’를 내기도 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한겨레> 기자를 만나 “집회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지급될 인건비로 탈북어버이연합에 가야 할 돈이 잘못 들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 시점은 경우회와 어버이연합 및 탈북단체들이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집회’와 ‘민생법안 처리 촉구 선전전’,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 등 관제 데모를 집중적으로 개최하며 세 결집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있다. 어버이연합을 중심으로 한 10여개의 탈북·보수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 자유통일, 종북세력 척결 등을 내건 애국·탈북단체들의 연합체를 만들겠다며 2014년 12월26일 서울 종로에서 ‘남북보수연합 출범식 및 후원의 밤’을 개최했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전경련과 경우회가 자발적으로 이러한 불법적 자금 지원을 행한 것인지, 아니면 그 배후에 권력과 연계가 있는 것인지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국민의 당 대변인도 “배후가 있다면 배후를 밝히고 자금이 집행된 경위와 진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경실련은 성명에서 “전경련은 재벌기업의 노골적인 정치개입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한솔 이승준 이재욱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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