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원료, '카페트 향균제' 목적으로 최초 유해성 심사"
뉴시스 나운채 입력 2016.08.22. 18:50
당시 국립환경연구원 측 연구관 법정 증언
원료공급업체 대표 "독성 생각 여력 없어"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정부의 최초 유해성 심사에서 카페트 향균제 등 목적으로 신고돼 사실상 흡입 독성 물질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당시 국립환경연구원) 연구관 A(46)씨는 22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 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화학물질 심사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이날 재판에서 "PHMG, PGH에 대한 최초 유해성 평가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당시 환경부에 파견돼 직접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논란이 일자 유해성을 인지하고, PHMG를 유독물로 지정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며 "이에 최초 심사 경위를 확인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 경위 확인 결과 당시 관련 법령 및 규정 등에 비춰보면 최초 유해성 평가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 최초 심사에서는 PHMG와 PGH가 각각 카페트 향균제 등 목적으로 신고돼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고 유독물 여부가 지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페트 향균제 등 목적이었기에 흡입 노출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아 유독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초 심사에 유해성 기준에 충족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물질이)무해하거나 독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지난 2012년 PHMG를 유독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급성흡입독성 실험을 별도로 진행했고, 유독물 기준에 해당돼 (유독물로)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선 가습기 살균제 원료공급업체인 CDI 대표 이모(54)씨에 대한 증인 신문도 함께 진행됐다. 이씨는 현재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존 리(48) 전 옥시 대표와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당시 중간 원료 영업상으로서 가습기 살균제에 해당 원료가 사용될지 알지 못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독성에 생각할 여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옥시 측 연구원으로부터도 관련 내용 등에 대해 깊게 얘기를 나눠본 바 없어 가습기살균제 레시피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증인인 SK케미칼 측 직원 2명은 옥시 측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PHMG, 물질안전보건자료(MDMS) 등에 대한 전문적 의견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폐손상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등 8명을 전문가 증인으로 채택하고 3번에 걸쳐 신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와 관련된 사실관계 및 전문적, 의학적, 과학적 의견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하면서 흡입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피해자들을 속여 51억원 상당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인 세퓨를 제조·판매한 오모 전 대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됐다. 제조·판매사인 옥시와 주식회사 세퓨 등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는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열리는 재판에서 신 전 대표 사건과 존 리 사건을 병합해서 함께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존 리 측은 지난 17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기록 검토가 덜 됐다"며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바 있다.
나온 데: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0822185035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