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2공항 민영화 추진, 대기업 품에 넘기나
한겨레 입력 2016.09.27. 15:06 수정 2016.09.27. 19:46
[한겨레] 정부, 올해 말까지 민자 적격성 조사 나서자 현대건설 ‘눈독’
‘알짜’공항 민간에 넘기면 국민부담 커지고 공공성 훼손 우려
고속철도(KTX)에 이어 공항까지 대기업에 넘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새로 만들 ‘알짜배기’ 제주 2공항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적극적으로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민간투자 활성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자료를 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1~12월 제주 2공항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와 아울러 민자 적격성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제주 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건설될 예정으로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국내 15개 공항의 운영은 모두 공공기관이 맡고 있는데, 제주 2공항이 민자사업으로 결정될 경우 첫 민간공항이 된다.
현대건설이 눈독을 들이는 제주 2공항은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알짜 공항’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뺀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김포·김해·제주 3개 공항의 수익으로 다른 공항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국공항공사를 접촉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 4월 만든 ‘제주 제2공항 민자 추진 검토’ 보고서를 보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건설사·금융기관·한국공항공사·제주특별자치도 등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공항을 운영할 생각이다. 또 운영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항공노선을 확대하는 한편, 복합쇼핑몰 유치와 공항 인근 리조트 사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건설 쪽은 이와 관련해 “사전협의 단계로 아직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장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민자 사업이라도 정부 재정이 상당 부분 들어가고, 융자를 받아 건설을 하기 때문에 대기업은 적은 자본을 투자하고 국가자산을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사업자로 결정되면 공항 건설도 맡게 돼 ‘1석2조’의 혜택을 챙길 수 있다.
국민 부담 증가와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현희 의원은 “제주 2공항을 민간에 넘기면 알짜 공항은 대기업이 운영하고, 적자 공항은 공항 이용료를 올리거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또 공항 운영 경비의 85%가 인건비·시설투자비 등 고정비용으로 경비 절감 요인이 많지 않아, 이익 창출이 목적인 민간 기업에서는 인력을 축소하고 안전관리(보안, 대테러 등) 투자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현희 의원은 이날 인천에서 열린 한국공항공사 대상 국정감사에서 “현대건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짰다. 특정 대기업 주도의 공항 민영화가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손명수 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은 “일부 기업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보고받았다”면서도 “정부 재정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일단 국토부는 ‘재정 사업’에 무게를 실어준 셈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민자투자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김소연 최종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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