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검찰 출석 장면 연기?..전문가들 "실패한 연출"
뉴시스 심동준 입력 2016.10.31. 18:23
검정 계통 의상 통일…"침묵·방어적 자세 의미"
벗겨진 신발 명품 브랜드…"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 비아냥
최씨 병세 강조, "외부로 보내는 신호일 수도"
【서울=뉴시스】심동준 이재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으로 지목된 피의자 최순실(60)씨의 검찰 출석 모습에 일종의 '연출적 요소'가 상당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도 피해자라는 모습을 강조하려 했지만, 오히려 국민의 공분을 키웠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병색을 강조하는 듯한 최씨의 행색과 그의 변호인의 발언은 향후 검찰 수사와 방송을 보는 다른 이들에게 일종의 신호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31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대체로 검은색 계통의 옷차림으로 등장했다.
최씨는 취재진만 1000명에 가까이 몰린 현장에서 검정 차량을 타고 도착해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씨는 차림새를 어두운 색으로 통일했다. 그는 상하의 모두 검정 계통의 옷을 입었고,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머플러로 입을 가린 채 차량에서 내렸다.
최씨는 차량에서 내려 입을 가린 채 별말을 하지 않다가 흐느끼는 듯한 얼굴을 했다. 최씨는 쓰러질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다가 "죽을 죄를 지었다"라고 말하면서 청사로 들어갔다.
최씨가 청사로 들어가는 길목은 취재진과 시민단체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이 과정에서 그가 신고 온 프라다 신발이 벗겨져 노출되기도 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토로했다.
이는 종전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던 최씨의 '안하무인' 이미지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어서 많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이날 최씨의 등장과 소환에 이르는 과정이 의도가 있는 연출이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최씨의 옷차림과 흐느끼는 듯한 행동에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약한 60대 여성의 모습을 강조해 동정표를 얻으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은 물론이고 장·차관 인사까지 좌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종교적인 영향력을 박 대통령과 주변인들에게 행사해 국정을 좌우했다는 풍문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의 무게에 눌린 듯한 노년 여성의 이미지를 형성, 사회적인 분노를 일정 부분 피해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명품 신발 등이 노출되면서 도리어 공분을 자극, 실패한 연출이라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최씨의 신발이 고급 명품으로 매장가만 72만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서민처럼 보이려고 가장 저렴한 신발을 신고 왔을 텐데도 저 정도란 말인가",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분개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려한 옷을 입게 되면 비난을 받을 것 같으니 자숙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 검정 계통의 옷을 입고 나타난 것 같다"면서도 "옷부터 시작해서 죽을 죄를 지었다는 발언까지 모두 전략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까지만 해도 막말을 일삼던 사람이 갑자기 울먹거리는 것도 태도의 진정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며 "본인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겠지만 전반적으로 국민들 눈높이와는 맞지 않았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 심리적으로 볼 때 검정 계통의 옷으로 통일하고 머플러로 입을 가렸다는 것은 사과하고 밝히겠다는 것보다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심정이 깔려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원래의 전략은 본인도 피해자고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감정에 호소하려던 것이 아니었겠나"라면서도 "이날 여러 정황을 보면 오히려 국민들의 반대 심리를 자극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날 최씨 측에서 병세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향후 수사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씨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검찰 수사관 등의 손에 이끌려 청사에 들어갔다.
그가 청사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이후 변호인 이경재(67) 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는 "(최씨가) 그동안 공황장애 등으로 신경안정제를 그동안 복용했다", "심장이 안 좋다는 얘기를 했다", "의료진이 와야 하는 데 오기가 어렵다" 등 병세를 강조하는 말을 했다.
최씨는 정치권, 법조계, 재계, 의료계, 학계 등 선이 다양하게 닿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씨를 둘러싼 의혹들은 딸인 정씨의 부정 입학, 문화 정책 방향 결정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다.
범죄심리학에 정통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변호인의 발언도 상당히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면서 "병력을 강조하는 점을 볼 때 향후 구속됐을 경우 병보석 등의 가능성을 멀리 염두에 둔 연출이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또 "사전에 수사 중간에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문자로 증거 인멸 시도를 했다는 얘기가 있듯이 이번 출석 모습과 발언도 외부의 다른 누군가에게 하나의 신호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최씨가 두려움과 공포, 불안 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최씨의 출석 과정을 보고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는 전형적인 모습이 보였다"며 "아무리 심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동정을 얻기 위한 태도를 가장된 행동으로 보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최씨는 자신으로 인해 국가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매우 클 것"이라며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가장된 행동을 할 가능성은 있겠으나 현재 이 상태에서는 압박에 의한 일반적인 태도로 보인다"고 했다.
나온 데: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61031182337041&RIGHT_REPLY=R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