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언론 침묵했기에 발생한 것"
한겨레 입력 2016.11.03. 18:46 수정 2016.11.03. 19:56
[한겨레] 주류언론 비선 존재 알았을텐데
정권 힘빠지고서야 기사 쏟아내
지금은 옥석가려 보도해야 할 때
공영언론이 모범 보여야 하는데…
이참에 ‘부역 언론인’ 청산해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 인터뷰
“저를 포함해 우리 전체 언론이 최순실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권력과 가까웠던 언론들의 책임이 크다.”
2012년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 체제의 권력 편향 불공정 방송에 저항하다 쫓겨난 뒤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해직언론인 최승호 피디를 지난 2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자백>에서 중앙정보부 대공 수사국장을 지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의 잘못을 집요하게 따지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 영화로 관객과의 대화를 90여차례 정도 진행했는데 다큐에서 드러난 조중동 등 언론의 왜곡보도에 절망감을 느끼며 이런 언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최승호 피디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언론 책임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에 의존해온 것을 일찍부터 잘 알았듯이 정권의 지근거리에 있던 언론들도 그 실체를 알았을 텐데 외면하고 침묵했기에 이런 일이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경쟁하듯 권력 비판에 나선 언론들의 논조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했다. 최 피디는 “전두환 정권이나 김영삼 정부 등 과거에도 주류 언론들은 늘 그랬다. 정권을 세운 것도 그들이고 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언론”이라며 “이들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아니라 시류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를 위한 보도를 해왔고 지금은 오히려 선수를 치는 행태로 전형적인 정치 언론의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권력 비리에 눈감았던 언론이 하이에나로 돌변해 충분한 검증 없이 정권 비난의 기사를 쏟아내는 양상에 대해서 그는 “정권의 힘이 빠지고 이용가치가 없으니까 언론들이 돌아선 것이다. 이들은 본디 언론의 사회적 책무나 정치적 소신 때문에 정권을 지지하는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출세 지향주의였기에, 이제는 박근혜의 ‘순장조’를 거부하고 반대 권력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극우적인 종편 못지않게 박근혜 정부를 호위하던 공영방송도 노선을 바꿔 일반인도 헷갈려 한다. 공영방송들도 최순실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문화방송의 <피디수첩>도 최순실 사태 보도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대통령을 겨눠도 좋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작진 의견은 묵살당했던 상황인데, 변화의 폭이 크다”고 말했다. 권력을 다루지 못하게 하던 공영방송 간부들이 권력의 풍향이 바뀌자 기회주의적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는 광고를 의식하는 상업언론들이 사건의 본질보다는 선정적 보도로 몰아가는 것을 보면서 공영언론의 중요성을 더 절감하고 있다. “나라가 근본 없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흔들리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책임이 크다. 특히 언론의 정도를 지켜낼 수 있는 공영언론의 역할이 핵심이다. 옥석을 가리고, 품격있는 보도로 상업언론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공영언론이 더한 상황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영언론이 바로 서려면 정권의 언론 장악으로 켜켜이 쌓인 적폐부터 일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경영진이나 간부들은 정권의 이익에만 충성했고 저널리즘 가치를 배반했다. 언론인을 탄압했던 ‘이명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을 보도국에 그대로 둔 채 어떻게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인적 청산을 전제로 쫓겨났던 언론인들의 원직 복귀와 정치적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견해다.
공영방송 노조들은 권력을 감시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자성을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래도 진실찾기를 포기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좌천이나 인사 불이익 등은 오래 세월이 흐르면 별것 아니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이루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방송사 안에서 지금 징계를 받더라도 편집권을 쟁취하려는 투쟁을 강력하게 벌여야 한다.”
그는 최초 보도한 언론을 인용하지 않고 자체 취재한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작은 언론일수록 피해가 크다. 최순실 관련해 한달 넘게 단독 보도를 이어간 <한겨레>도 그렇겠지만, 뉴스타파도 다른 방송들이 영상을 가져가면서 로고를 인용하지 않거나 팩트를 가져가 자기들이 취재한 것처럼 보도해 허탈한 경우가 많았다. 인용보도하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언론들이 많은데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나온 데: http://media.daum.net/politics/all/newsview?newsid=20161103184603913&RIGHT_COMM=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