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리포트] 학자금 대출의 늪.."빚 갚으려 청춘 반납"
엄진아 입력 2017.01.12 21:43 수정 2017.01.12 22:13 댓글 173개
<앵커 멘트>
대학생들의 학자금 누적 대출금이 10조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경기불황에 취업난까지 더해진 마당에, 청년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빚더미'에 허리가 휠 지경인데요.
무작정 희망만을 논할 수 없는, '청춘'을 반납한 청년들의 일상을 엄진아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오전 8시, 대학교 2학년 강현욱 씨가 집을 나섭니다.
방학 동안 낮엔 편의점, 저녁엔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녹취> "네, 6,100원 입니다."
집의 부담을 덜겠다고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을 빌렸습니다.
등록금 4번을 모두 그렇게 해결했더니, 대출금 2천만 원이 쌓였습니다.
알바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녹취> 강현욱(대학교 2학년) : "(아르바이트를) 한 열 가지 정도 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것들이요?) 음식점 서빙부터 시작해서 PC방 관리, 당구장..."
일하는 도중에도 틈틈이 휴대폰을 들여다 봅니다.
주말 일자리를 찾는 겁니다.
언젠가는 대출 말고, 내 돈으로 등록금을 내는 게 바람입니다.
<인터뷰> 강현욱(대학교 2학년) : "지금 당장의 목표는 달마다 고정적인 수입이 조금씩 생기는 거, 왜냐하면 아르바이트도 방학 끝나고 개강을 하면 또 못 하잖아요."
장경환 씨는 1년 넘게 휴학 중입니다.
학교를 더 다닐수록 빚이 늘어나는 현실.
공부를 잠시 미루고 일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장경환(휴학생) : "갚을 걸 생각을 하고, 또 (대출) 액수가 1천만 원 단위까지 올라가니까..."
올해부턴 매 달 월급에서 50만 원씩, 대출금을 갚아야 합니다.
<인터뷰> 장경환(휴학생) : "족쇄를 차고 걸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 한 달에 버는 돈이 300~400만 원 되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크게 느껴집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누적된 학자금 대출금은 약 17조 원.
해마다 대학생 70만여 명이 평균 300만 원 정도를 빌립니다.
지난 2015년 대학을 졸업한 이지윤씨는 직장을 얻은 기쁨도 잠시, 1년 만에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습니다.
원하던 일이었지만, 연봉 1,800만 원짜리 비정규직이었습니다.
한 달 월급 130만 원을 받아 방값과 공과금, 교통비, 동생에게 약속한 용돈을 제하면 47만 원이 남았습니다.
대출 원금 1천만 원은 거의 갚지 못했고, 상환을 미룰수록 이자도 늘었습니다.
<녹취> "문자가 오고, 또 메일도 오고..."
낯선 말, '채무자'란 메시지도 더 자주 받습니다.
<인터뷰> 이지윤(취업준비생) : "좀 암담하죠. 수업을 듣고, 학교에 다니려고, 결국엔 졸업장이란 서류 한 장 받으려고 빚을 진다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다음 직장은 '꿈'보다 '돈'을 쫒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지윤(취업준비생) : "(대출 받지 않은) 친구들이랑 출발선이 다르다는 생각은 들어요. 부럽죠. 좀 더 할 수 있는 것들의 폭이 넓어지는 기분이 드니까. 그 아이들은."
이지윤씨의 복잡한 하루가 저물때, 강현욱씨의 야간 알바는 시작됩니다.
<인터뷰> 강현욱(대학교 2학년) : "(학자금 대출은) 애증 관계다. (왜 애증이예요?) 제가 학교 다닐 수 있게 도움은 주면서도, 피하고 싶은 현실이기도 해서."
학자금 대출자 중 4만 4,600여 명은 원금이나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했습니다.
또, 이들 가운데 절반은 연체가 6개월 이상 이어져 '신용유의자'가 됐습니다.
KBS 뉴스 엄진아입니다.
엄진아기자 (aza@kbs.co.kr)
나온데: http://v.media.daum.net/v/20170112214344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