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저가 알뜰폰 시장도 재벌들 앞마당 되나
저가 알뜰폰 시장도 재벌들 앞마당 되나
한겨레입력2013.02.12 20:41수정2013.02.12 22:10
[한겨레]가입자 1년새 3배 늘었지만
20여 중소업체들 매출 정체속
CJ헬로비전, 시장 1위 급성장
SK텔링크도 반년만에 10만명↑
'부익부 빈익빈' 갈수록 커져
방통위 "중기 위한 정책은 없다"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내세워 2011년부터 보급을 추진해온 '알뜰폰'(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시장의 성장세가 무섭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 내부적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재벌(대기업 집단)들의 과점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알뜰폰 시장, 지난해 3배 이상 성장
알뜰폰은 실제 이동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망 사업자(MNO)로부터 망을 임차해 자체 브랜드로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리킨다. 도매로 망을 빌려 소매 영업을 하는 셈인데, 2011년 중반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본격적인 보급에 나섰다.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비스 대중화를 위해 국민 공모를 거쳐 '알뜰폰'이라는 이름을 지어 사용중이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사 망을 이용해 통화 품질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면서도 한달 기본료가 3300원부터 시작하는 등 요금이 기존 이통사 서비스에 견줘 30%쯤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통사들의 망 임대를 의무화하는 등 정부의 의지에 이용자들의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알뜰폰 가입자는 2011년 말 40만2000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127만7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1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도 0.77%에서 2.37%로 뛰었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저가 스마트폰 등 단말기 공급이 확대된데다 시장 진출을 선언한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알뜰폰 확산의 걸림돌로는 기존 이통사들의 많은 보조금 지급과 인지도 부족을 들 수 있는데,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실제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영국에서는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다.
■ 자금력·유통망 앞선 대기업 계열만 약진
1년 새 3배 이상 시장이 커졌다지만, 26개에 이르는 알뜰폰 업체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현황을 보면, 케이티(KT) 망을 빌린 에넥스텔레콤이 15만2000명가량으로 선두를 달렸고, 같은 케이티 망을 쓰는 프리텔레콤과 에버그린, 에스케이텔레콤(SKT) 망을 임차한 아이즈비전,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이 각각 5만~7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난달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위권 그룹에서도 처진 편이었던 씨제이(CJ)헬로비전이 22만8000명(추정)의 가입자를 확보해 에넥스텔레콤(21만2000명 추정)을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랐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인 에스케이텔링크(상품명 세븐모바일)의 약진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사업을 시작한 에스케이텔링크는 지난달 말 현재 10만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후불제 서비스(7일)와 엘티이(LTE) 서비스(18일)를 출시하면서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100건대로 뛰어오르더니, 보조금 과다지급과 관련해 에스케이텔레콤 영업정지가 시작된 1월31일과 2월1일에는 700~800건 수준으로 뛰어,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에서 "에스케이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한 '우회 영업'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12일 우회 영업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달 1~8일 알뜰폰 업체들의 번호이동 현황을 보면, 씨제이헬로비전과 에스케이텔링크는 각각 5000명 남짓 증가했다. 이어 에넥스텔레콤과 에버그린모바일이 600여명, 스페이스네트 300여명, 한국케이블텔레콤과 프리텔레콤이 100여명, 머천드코리아가 약 100명 늘었다. 하지만 나머지 대다수 업체들은 늘어봐야 10여명이고, 한명도 증가하지 않은 곳도 여럿이다. 자금력과 유통망 확보에서 앞선 재벌 계열 2개 업체가 독주하고 4~5개 업체가 그 뒤를 멀찍이 따라가고 있으며, 나머지는 경쟁을 포기하다시피 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중소 알뜰폰 업체들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어찌됐건 알뜰폰이 활성화될수록 이통 3사 과점 구조 폐해가 줄어들어 좋다', '경쟁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 이창희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업체들의 전산시스템 개조비용 면제와 전파사용료 3년간 면제 등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여럿 시행중이고 또다른 지원책도 검토중이다. 하지만 개별(중소) 업체를 염두에 둔 정책을 펼 수는 없다"고 말했다.
http://media.daum.net/digital/newsview?newsid=20130212204100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