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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율 '사상 최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뉴 턴 2014. 4. 23. 21:35


박근혜 지지율 '사상 최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오마이뉴스 | 입력 2014.04.23 17:01



새벽마다 눈이 떠진다. 그리곤 머리맡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여전히 생존자 소식은 없고 날마다 황망한 소식만 들려온다. 낙담하고 다시 잠을 청하게 된다. 이 짓도 벌써 일주일째다. 짜증이 나고 답답하고 힘이 빠진다.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넘겨주나…" 하고 이야기하다가 울컥해서 방송사고를 낼 뻔했다. 아내는 뉴스만 보면 눈물을 흘리더니 이제는 아예 뉴스를 보지 않으려 한다.



▲ 간절한 마음의 시민들 '꼭 돌아와 다오'세월호 침몰사건 1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이 22일 현장학습을 갔다. 부지런히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주는 아내, 들떠 있는 아들, 오빠를 부러워하는 둘째와 셋째. 평소 같으면 그냥 평온한 일상이겠지만, 무시무시한 저 사고가 자꾸 생각의 어깨를 짓누른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체이탈 발언과 지지율은 관계가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서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지난 2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래 사람들을 질책하면서 철저하게 3자적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제 3자적 위치에서 평론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다. 마치 정부와는 별개의 존재인 듯, 아래 사람들의 책임은 엄하게 묻겠다면서 정부의 수반인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 < 폴리뉴스 > 기고 글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소위 '유체이탈 화법'을 꼭 닮았다. 특히 집권 첫 해 동안 보인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입장은 '유체이탈'의 정점을 찍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다.

"작금에는 부정선거까지 언급하는데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 - 2013년 8월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이 상황에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 RDD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2.0%p라고 한다. 세월호가 16일에 침몰했으니까 침몰에 대한 여론조사의 반영분은 반쯤이라 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60주차 지지율(4월 셋째 주)은 64.7%를 기록했으며, 실종자 가족들과 만난 다음 날인 18일에는 일간 집계상으로는 취임 후 처음으로 71%를 기록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위기관리체계가 엉망인데 여당 지지율이 이렇게 올라가고 대통령 지지율이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박근혜 지지율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이번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뿐 아니라 다른 여러 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노출되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리얼미터 조사의 경우 4500만 국민 가운데 2500명을 표본으로 삼았는데, 이번 조사가 얼마나 대표성을 띨 것인가(표본추출 문제)의 문제, 가중치 보정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 사이의 이견(異見) 등이 분명히 있다.

아직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여론조사는 전체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이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이 71%의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단정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글은 여론조사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듯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정치 공학적 분석의 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지지율의 비밀①]
피난민 정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지지율 71%의 비밀은 바로 '위기감'이다. 현재 상황에서 국민들은 '박근혜'라는 이름을 '구원자'로 읽는 것이다. 얼마 전 필자가 쓴 책( < 오마이선거 오마이전략 > 매일컴 펴냄)에서도 밝혔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여전히 피난민 정서가 버젓이 살아 있고, 이 정서의 근원은 사회 불안이다. 안전을 희구하며 '슈퍼맨'을 갈구한다. 이를 지식소매상 유시민은 아주 정확하게 지적했다.

책을 다 쓰고 나니 어쩌면 좋은 공부 교재가 되는 이 대화록에 대해 왜 사람들을 저런 식으로 가짜 논쟁을 할까? NLL 포기냐 아니냐, 굽신거렸냐 아니냐만 갖고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우리가 피난민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싫어서, 또는 미워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들은 물론이고 남의 주민들도 북의 무력 도발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난민촌이 아닌데, 전쟁이 끝난 이후 우리 스스로 경제적 효율성, 정치적 정당성을 갖춘 국가로 투쟁과 노력을 통해 이 나라를 60년 전과 전혀 다른 나라로 세워 놨는데, 이렇게 해놓고 왜 난민촌 정서를 못 버리는지. 최근에 군인들이 북한과 싸우면 진다고 말하는 것도 보면서 이것은 정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피난민이고, 억울하게 침략을 당했고 북에서 못된 짓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많이 죽었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엄청나게 했고, 저 나쁜 놈들이 또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몸은 아파트에 사는데 마음은 난민촌에 있는 것이다. 이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 < 프레시안 > 2013년 11월 18일자 < 유시민 "한국이 피난민 정서 벗어나야 남북화해 가능" > 의 일부

원래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한 말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아주 적확하게 설명한다. 우리는 소위 '압축성장'을 하면서 수많은 것을 무시하고 시간을 건너왔다. 전쟁 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신생독립국의 위치에서 전 세계에 자랑하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유일한 나라, 경이롭다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세상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하지만 늘 우리 국민은 불안했다. 자살률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출산율이 세계에서 꼴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족 중 누군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언제 백화점이 무너질지 모르고, 타고 가던 지하철에 불이 날지 모른다. 다리가 무너지고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당연히 신(神)이다. 그래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기독교를 비롯해서 종교인구가 폭발했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은 착하기까지 했다. 국가적 위기가 닥쳐오면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쳤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서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국민들은 나라를 그 지경으로 만든 독점재벌과 관료들을 축출하기보다는 돌반지를 빼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광주시민들을 학살하고 피 묻은 권좌에서 독재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 '전두환' 일당을 국민들은 아직도 '살려'두고 있다.

어쩌면 극히 불안한 국민에게 있는 '피난민 정서'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출처: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4042317010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