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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쪼잔한 남자" 비판..'일본판 낸시랭' 체포되다

뉴 턴 2014. 12. 5. 23:23

"아베는 쪼잔한 남자" 비판..'일본판 낸시랭' 체포되다

한겨레 | 입력 2014.12.05 15:40 | 수정 2014.12.05 16:50
[한겨레]아베 정권 비판해온 아티스트 2명 체포돼


성기 모양 본뜬 작품 전시했다는 이유


일 시민들 "즉각 석방하라"…항의 누리집 개설

최고 지도자를 비난하면 처벌을 받는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지난 3일 일본 시민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동안 아베 정권의 여러 정책들을 혹독하게 비판해 온 두 명의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일본 경시청에 전격 체포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로쿠데 나시코'('막돼먹은 아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음)라는 가명으로 활동 중인 예술가 이가라시 메구미(42·사진)와 작가 와타나베 미노리(44)였다. 이 중에서 이가라시에 대해 흥미가 생겨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일본의 만화가 겸 예술가로 자신의 성기 모양을 장식물(데코레이션)로 만든 예술 작품 '데코만'(데코레이션과 여성 성기를 뜻하는 일본어를 합쳐 만든 합성어)을 만들어 주목을 받은 인물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그와 가장 가까운 인물을 꼽자면 아마도 행위예술가 낸시랭 정도가 아닐까 싶다.

경찰이 체포 이유로 밝힌 혐의는 이들이 외설물을 공공연히 진열했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를 보면 이가라시는 자신의 성기를 석고 모형으로 뜬 뒤 여기에 색을 칠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와타나베가 운영하는 성인용품점에 전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가라시는 자신의 성기의 3D 프린터용 데이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 혐의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선 당연히 '이들의 행위가 예술인가 외설인가'라는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경찰이 이들을 '체포'까지 해야 했느냐며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둘은 '확신범'으로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없어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시민사회는 경찰이 그동안 아베 정권을 혹독하게 비판해 온 둘을 체포해 본보기를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가라시는 일본의 대표적 진보 주간지인 <주간금요일>에 올 10월부터 경찰을 비판하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와타나베도 아베 내각에 대해 "전쟁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넷우익 내각'"이라고 혹평을 한 바 있고, 최근엔 트위터에서 아베 정권의 중의원 해산 발표를 비판하며 "총리는 (아베 노믹스 등) 돈 얘기만 했다. 헤노코(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 원전, 집단적 자위권, 특정비밀보호법 등을 (선거의) 정잼으로 하자고 말하지 못했다. 쪼잔한 남자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케노부 미에코 와코대 교수는 5일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특정비밀보호법 등으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번 사건이 나왔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면 국민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키는 이런 분위기가 한층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체포된 직후 이들을 응원하는 일본 시민들은 "이번 체포에 반대한다. 이들을 즉시 석방하라"는 내용을 담은 항의 누리집을 개설했다. 이곳에 접속해 보니 역시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는 글들이 적지 않게 달려 있다. <도쿄신문>은 이들을 왜 체포했느냐고 경시청 보안과에 물었지만 "언론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경찰이라는 조직이 하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41205154015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