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취재후] 3만 원 짜리 부품 없다고 세탁기 새로 사라?

뉴 턴 2015. 5. 4. 17:50

[취재후] 3만 원 짜리 부품 없다고 세탁기 새로 사라?

KBS | 황진우 | 입력 2015.05.04 16:26 | 수정 2015.05.04 16:57
■ 부품 없어 못고치는 가전제품

가전제품을 몇 년 쓰다 보면 여기 저기 고장나는 데가 있을 수 있죠.그런데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부품 하나만 바꾸면 되는데 부품을 못 구해 제품을 통째로 버려야 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속상할까요?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이 요즘 적지 않은데요.이에 대해 제품 제조와 수리를 하는 가전 회사들은 '부품 의무 보유 기간'이라는 것을 내세워 이 기간이 지나면 AS부품이 없을 수 있고 부품이 없어서 고치지 못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가전사들이 이렇게 나오면 소비자들로서는 결국 제품 수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새 제품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주부 김영미 씨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김 씨는 최근 고장난 드럼 세탁기를 수리하려다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에 3만 원짜리 고무관만 교체하면 된다고 했던 AS센터 직원이 나중에는 부품 재고가 없다면서 고칠 수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AS센터 직원은 김 씨에게 새 제품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김 씨는 세탁기의 다른 기능은 정상인데 단순한 부품 하나가 없어서 통째로 세탁기를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다며 KBS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뭔가 불합리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인 것이 분명한데 정말 방법은 없는 걸까요?

■ 부품 보유 기간 6년 뒤엔 부품 없다?

AS센터 직원이 고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는 김 씨의 세탁기가 생산된 지 9년 된 제품으로 회사에서 정한 세탁기 부품 보유 기간 6년을 지났기 때문입니다. 가전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안인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서 정한 가전제품 부품 보유 기간만큼만 AS부품을 보유합니다. 이 기준을 만든 이유는 생산된 지 몇 년 안 됐는데도 부품이 없어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과거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최소한 이 정도는 부품을 보유하도록 해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든 정부의 권고안입니다. TV나 냉장고는 8년, 에어컨은 7년, 세탁기와 밥솥은 6년 등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전사들은 이를 부품 보유 기간이 지나면 가전사가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도 책임이 없다는 면책 사유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 해석을 근거로 보유 기간만 지나면 부품 생산을 중단하고 있고 부품이 없어 못 고치니 답답하면 새 제품을 사라는 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매년 2백여 건의 부품 관련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치지 못하고 통째로 제품을 버리고 있습니다. 독일의 한 가전사가 부품 보유 기간을 20년으로 정하고 철저히 사후 관리를 해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버려지는 폐가전제품의 부품을 중고 부품으로 활용하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부품 생산이 단종됐더라도 폐가전제품에서 쓸 만한 중고 부품을 떼어내 활용하는 겁니다. 중고 세탁기의 경우 회로 기판인 PCB와 수위 조절 감지기 등 10개 안팎의 중고 부품은 충분히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1년 동안 재활용되는 가전제품이 16만 톤에 이르는데, 대부분 구리와 철,플라스틱 등 원자재로 분리돼 다시 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품 상태로는 거의 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는 뭘까요? 중고 부품을 활용하면 아무래도 신제품 판매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대형 가전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있는 재활용 센터들도 가전사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부품 재활용에 소극적입니다. 재활용할 폐가전제품의 수거량을 할당해 주는 게 바로 가전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자신들의 밥줄을 쥐고 있는 가전사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게 쉽지 않겠죠. 현행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 순환에 관한 법률'에는 가전제품의 '부품'까지 재활용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환경 보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가전사들은 부품 보유 기간을 더 늘려야 할 것이고, 더불어 정부는 부품 재활용을 활성화하도록 더 다듬어진 정책을 마련해 시행돼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media.daum.net/economic/all/newsview?newsid=20150504162615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