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비정규직 줄여 일자리 수 늘리고 질 높이기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줄곧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경제 침체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부각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강조해왔다.
박 당선인의 고용ㆍ노동정책은 '늘ㆍ지ㆍ오'라는 구호로 요약할 수 있다.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새 일자리를 늘(늘)리고, 있는 일자리는 지(지)켜 고용안정을 꾀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올(오)리겠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인은 이 정책을 통해 임기 안에 15~64세 고용률을 EU 수준인 7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기본권 확대 등 노동계의 요구를 정책에 얼마나 반영하고 실천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지도 관심사다.
노동계의 큰 축인 민주노총은 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반노동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경계로서 당선자를 대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거침없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창조경제ㆍ근로시간단축으로 '일자리 만들기' = 박 당선인의 일자리 정책은 경제전략의 한 축인 '창조경제론'과 맞닿아 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은 '고용 없는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드러났다고 보고 정보통신기술 등 과학기술을 융합한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의 창업기지화를 통한 청년 창업 활성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섭한 융합인재 양성, 벤처기업 활성화, 해외취업장려금 지급, 실버창업 등 지원을 위한 법ㆍ제도적 지원을 창조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새 일자리 만들기 효과도 꾀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2010년 기준ㆍ2천193시간)을 2020년까지 OECD 평균수준으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시간 한도 지키기, 휴일 근로 초과근로시간 산입,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교대제 개편 등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부문에서부터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에 나선다. 청년층에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기 위해 경찰, 소방관, 특수교사, 사회복지교사 등 공공 일자리를 확대하고, 청년채용 실적을 공공부문 평가에 반영해 제도 정착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비정규직 줄이기, 차별해소에 중점 = 역시 OECD 최고 수준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을 낮추는 일도 역점 추진사업이다.
우선 법개정을 통해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부문 근로자는 2015년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도 유도할 계획이다.
-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8월 총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법 제정을 통해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도록 강제한다.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리해고의 요건을 강화하고,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했을 때는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수 있게 해 정부의 특별지원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비정규직ㆍ장년 등 근로취약계층 지원 확대 = 실업ㆍ재해 등 위험과 노후대비 부족 등으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 등 취약 근로자를 위한 대책도 마련될 전망이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40% 수준에 불과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한다. 월급여 130만원 미만(2013년 기준)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ㆍ국민연금 보험료 100%를 정부가 지원한다.
위탁ㆍ도급 계약 등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들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근로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도 내놨다.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적으로 반영하고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해 결정하도록 기준을 마련해 결정 과정의 논란을 피하도록 했다.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주는 사업주는 '징벌적 배상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노후 준비를 못 한 채 은퇴를 맞는 베이비붐 세대 등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이들이 '인생 2모작'에 성공할 수 있도록 장년층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예산을 증액할 계획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에서 2014~2017년 매년 5만개 노인일자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순생계형 일자리보다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80%대로 확대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참여수당은 월 20만원에서 2배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참여 가능 기간도 현행 7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린다.
무엇보다도 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 보호, 노동기본권 강화 등 노사관계 주요 쟁점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17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대통령이 되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 노동 현안에 대해 같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